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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업실 입구에는 낡아서 소리가 나지 않는 가야금이 세워져 있다. 아주 오래 전 누가 쓸모 없다고 하는 것을 주워와 여태껏 한 구석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고장 난 시계, 벽에 붙여놓은 종이들, 함지박, 마른 열매가지, 빗자루, 주전자, 놋그릇, 소반, 찻잔들


시각이 지나면 지날수록 낡아지고 닳아지고 그리고 든든하게 나이를 같이 먹어간다.


즐겨보는 책의 손때, 오랫동안 써온 풀 붓의 손잡이가 거무티티 변해지고 두껍던 다이어리가 마지막이 되었을 때,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놀이터의 그네, 조그만 골목길


억지로 길들이지 않아도 시간과 함께 자연히 묻어나는 구수함을 마음의 풍경 속에 차곡차곡 채우고 싶다.


결이 거친 닥종이를 두드리고 종이를 붙이고 투박한 화강암의 표면이나 토담 같은 질감 위에 견고하게 스미면서 쌓여 올려지는 먹과

여유 있고 둔탁하게 지나가는 간결한 선들로 오래되고 정든 풍경들에게 생명을 넣어주고 싶다.


또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기억의 시간을 떠올리며 모든 아픈 기억까지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그런 힘을 주는 작업을 지속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