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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약 시편을 가마에 넣는다. 유약은 불 속에서 물처럼 줄줄 흘러 고이고,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고, 조약돌처럼 매끈하게 녹으며 기물 표면을 만든다. 시편의 대부분은 실패 수준이지만, 드물게는 제법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 시편들을 하나씩 요리조리 들여다보고 비추어보고 만져본다. 깨부숴보기도 하고, 물이나 커피에 담가보기도, 표면을 긁거나 갈아내보기도 한다.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어떤 쓸모와 형태를 만들어 이 유약을 입힐 수 있을지에 대해 상상한다.


시편을 보고 나면 적당히 사용하기 좋은 기물을 만든다. 만들 때에는 유약의 효과를 잘 드러내기 위해 가급적 단순한 형태의 기물을 만든다. 동시에 우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이 분명하게 보이도록, 가능한 정교하고 동일하게 만든다.


완성된 기물을 보고 나면 다시 새로운 유약이나 기존의 유약을 보완하는 실험을 하고, 시편을 가마에 넣는다. 시편을 보고 나면 다시 기물을 만드는 일을 반복한다.


이러한 과정을 무한정 반복하는 동안, 손으로는 만듦새를 더 좋고 멋지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동시에 머리로는 더 좋은 결과물을 내는 유약의 조성과 소성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한다. 손과 머리 모두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실력이 느는것을 체감한다.


그래서 나는 재료들의 적당량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그것을 쓸모있는 기물의 형태로 내보이는 일이 재미있다.


유약의 기본이 되는 투명유, 석사 과정에 실험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오랜 시간 조정하며 만든 매트유들, 까다로운 실험에 지치지 않으려고 만든 색유, 색 알갱이 유약과 유색점토 등을 사용한 작업으로 그동안의 재료 실험을 정리해보았다.


-이혜미 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