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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tain Encounter
Baek, Kyungwon 백경원 개인전 






작가 활동을 시작한 이래 여러 차례 유의미한 변화를 겪었지만, ‘조형적인 기(sculptural vessel)’라는 작업의 큰 틀을 바꾼 적은 없었다. 오브제를 만들면서도 ‘기'의 형식을 고수하였던 이유는 그것이 가진 공간성을 활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은 크기로도 특별한 성격을 가진 공간을 연출해 낼 수 있다는 점이 내가 생각하는 ‘기' 작업의 매력이었고, 나에게는 내 작품이 건축으로 읽히길 바라는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조형적인 기'를 만드는 동안 다양한 형태를 탐구하고 싶은 욕구와 비례하여 매너리즘에 빠지는 횟수도 늘어났다. 반신반의하며 늘 열려있던 공간을 덮어 보았는데 뜻밖에 다른 가능성이 열렸다. 
공간을 의식하지 않은 덕분에, 반듯하게 서 있던 도형들을 뒤집거나 눕히고 쌓는 등 전에 없던 컴포지션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또한 작업물의 전면(Façade)과 실루엣이 더 눈에 들어와 조형성이 더 부각되는 효과도 있었다.
이렇게 조형성을 두드러지게 함으로써 표현하고 싶었던 대상은 내가 만나고 이해하는 세계 그 자체이다. 전시 제목인 <Certain Encounter>는 기하도형의 조합인 내 작품 전체를 이르는 작명이지만, 내게 다가오고 내가 다가가는 모든 마주침과 만남을 내포하는 말이기도 하다. 
도심의 건물들, 산에서 본 풍경, 아름다운 음악과 미술품, 친구와의 대화 등이 내 안으로 들어와 아무렇게나 섞이고 안개 속으로 숨어버리는데, 그 형상을 나만의 조형언어로 재현하려 애쓰는 과정이 내 작업의 본질이다. 영어 ‘certain’의 두 가지 의미처럼 특정할 수 없는 ‘어떤’ 마주침이 ‘특정한’ 만남으로 변하게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